돌봄이 일상이 될때, 나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
🪞 누군가를 돌보며, 나는 나를 잊었다어느새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내 하루의 기본값이 되었다. 당연히 이게 나의 업이니 그것이 당연하다. 환자의 호흡, 활력, 통증, 상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꼼꼼히 체크하면서, 정작 나는 나 자신의 감정이 어떤지, 오늘 아침은 무엇을 먹었는지조차 떠올려보지 않는다. 누군가를 돌보는 나의 일에 몰두하게 되면 나를 잊어버리는 것이 당연하게 된다. 누군가의 상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나의 컨디션은 무시되기 일쑤였다.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약 시간을 기억하면서도, 내 생리통엔 진통제 한 알 챙기지 못한 날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점점 잊혀가는, 잊을 수밖에 없는 나의 삶들을 다시 뒤돌아봐야 한다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선생님, 오늘도 감사했어요." 환자의 보호자..
2025. 5. 19.
처음 ‘간호사’라 불렸던 날, 못 잊을 그 단어
🕧 12:05, “간호사님 맞죠?” 처음으로 “간호사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었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니 정말 잊을 수 없다.정식으로 첫 출근한 날, 이름표를 단 유니폼을 입고 병동 복도를 걸었을 때, 나는 마치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처럼 어색하고 조심스러웠다. 그날 아침, 거울 앞에서 유니폼 매무새를 수없이 고치고, 인계장의 글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떨리는 손으로 스테이션에 섰다.불안함, 떨림, 그리고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뒤엉켰다.처음 인사를 건넨 환자분은 할머니였다. 주사 바늘이 무서워 눈을 질끈 감고 계셨고, 나는 옆에서 조심스레 손을 잡아드렸다. 그 순간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간호사 선생님, 손이 따뜻하네.” 나는 놀랐다. ‘간호사’라는 호칭이 내게 너무 크고 낯설게 들렸..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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