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 야간근무를 앞둔 너에게 보내는 편지

by 행복한ally 2025. 5. 20.

야간근무를 앞둔 너에게 보내는 편지
야간근무를 앞둔 너에게 보내는 편지



📍 야간근무를 시작하는 너에게


오늘도 야간근무를 앞두고 있는데, 문득 네 생각이 났어. 몇 년 전, 첫 야간근무를 앞두고 불안에 떨던 너를. 그날의 넌 얼마나 초조했는지 기억나. 낯선 야간 병동, 낮보다 더 고요한 긴장감, 그 긴장감에 끝에 가장 날 무섭게 하는 건, 응급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근무표에 '나이트'라고 적힌 날이 다가올수록 하루하루 밤잠도 설쳤지. 스테이션의 조명이 유독 더 차갑게 느껴지고, 모니터의 소리조차 심장을 조이는 것 같았던 그 밤. 동료의 발소리도, 기계의 경고음도 모두 평소보다 크게 들렸던 그날 밤의 공기. 작은 실수 하나에도 모두가 나를 바라볼까 봐, 조심스레 움직였던 너의 손끝. 낮근무 때와는 전혀 다른 무게감이 네 어깨를 눌렀지. 그래도 너는 그 병동에 들어섰고, 인계를 받고, 하나씩 업무를 이어나갔어. 그때의 네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조용한 이 밤에 편지를 꺼내게 됐어. 지금은 너무 익숙해진 야간근무지만, 그 모든 시작엔 떨림과 두려움이 있었다는 걸 잊지 않고 싶어서 말이야. 간호사로서의 첫 시작은 늘 두렵고 떨리는 법이지만, 그 불안은 너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자라게 만들 거야. 그러니 그 불안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네가 얼마나 용감한지 기억해 줘. 뒤돌아보면 지금의 두려움을 이겨낸 네가 웃으며 서있을 거야

 


📍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무색했어

 

그때 넌 계속 생각했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혹시 밤새 실수하면 어떡하지? 모든 걸 망치면 어떡하지? 내가 맡은 환자들은 어쩌지? 동료들에게 피해만 끼치는 건 아닌가" 하고. 그 걱정, 나도 아직 생생히 기억해. 나이트 근무 체크리스트는 수없이 익혔고, 투약 순서를 머릿속으로 수십 번 그려봤지만 막상 응급상황이 되면 온몸이 얼어붙었고, 의사에게 전화 걸기 전에는 수화기를 잡은 손이 덜덜 떨렸어. 환자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끝을 흐리기도 했고, 실수할까 봐 두려워 체온계를 쥔 손바닥엔 땀이 흥건했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내 표정은 평온해야 했고, 눈빛은 흔들리지 않아야 했어. 그게 얼마나 어려웠는지 지금의 너는 알 거야. 하지만 너는 그 밤을 무사히 해냈어. 작은 실수는 있었지만, 어느 환자가 말했지. "선생님 덕분에 오늘은 잘 잤어요." 그 한마디에 너는 처음으로 간호사로서 인정받은 기분이었지. 그 짧은 순간이 너에게 오래도록 남았고, 그 기억이 이후의 수많은 밤을 견디는 힘이 되었을 거야. 그날 이후로 너는 조금씩 단단해졌고, 야간이라는 단어에도 점점 익숙해졌단다. 떨리던 손끝은 차분해졌고, 수화기를 들 때의 긴장감도 점차 사라졌지. 그렇게 너는 간호사가 되어갔고, 지금도 그 과정을 묵묵히 잘 걸어가고 있어.

 

 

📍수많은 밤을 지켜낸 너에게 


그 밤 이후로, 넌 수많은 야간을 지켰고, 수많은 아침을 버텨냈어. 눈이 감길 듯 말 듯한 새벽에도 너의 할 일들을 모두 놓치지 않았고, 응급상황이 닥치면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지. 그렇게 밤을 지나 아침을 맞는 일이, 너에겐 당연한 하루가 되었단다. 그리고 이젠 누군가의 첫 야간근무를 바라보며 너의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을 만큼 너는 성장했어. 수많은 긴장과 실수를 딛고, 하나씩 너만의 루틴을 만들어냈고, 그 과정에서 너는 간호사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단단해졌지. 과거의 너에게, 그리고 지금도 떨리는 마음으로 밤을 준비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단다. 그러니 다음에도 두려워 마. 그게 무엇이든지. 야간의 어둠 속에서도 너는 빛처럼 움직일 수 있고, 익숙함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어. 앞으로도 흔들릴 날이 많겠지만, 괜찮아. 수많은 밤을 지켜낸 네가 너를 증명하고 있어. 넌 이미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거야. 지금의 나도, 나 자신을 조금 더 안아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이 밤을 보내고 나면, 또 하나의 '잘 해낸 밤'이 너의 이름으로 남게 될 거야. 수고했어, 그리고 계속 잘할 거야. 힘들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대신 넌 어려움을 힘들지 않게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개인정보 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