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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아닌, 생존이었던 간식과 루틴들

by 행복한ally 2025. 5. 7.

식사가 아닌, 생존이었던 간식과 루틴들
식사가 아닌, 생존이었던 간식과 루틴들



출근 전 밥, 안 먹으면 불안하고 먹으면 탈난다



교대근무를 하면서 가장 먼저 흔들린 건 식사였다. 특히 이브닝 근무와 나이트 근무 전 식사는 늘 고민이었다. 안 먹으면 근무 중 저혈당처럼 어지럽고, 먹으면 배가 불러서 컨디션이 떨어진다. 대충 먹는 건 답이 아니고, 제대로 먹자니 소화가 안 되고, 안 먹자니 힘이 없다. 그리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식사양도 달라진다. 하루에도 수없이 머릿속에서 식사 타이밍과 종류를 계산한다. 출근 두세 시간 전에 먹는 게 가장 낫다는 걸 알면서도, 그 타이밍을 놓치면 그냥 굶거나 편의점 김밥 하나로 버티는 날도 많았다. 한때는 단백질 위주의 도시락을 직접 싸가기도 했고, 어떤 날은 삶은 달걀 두 개에 커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 어떤 방식도 완벽하지 않았다. 몸의 리듬이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매번 듀티가 다르기 때문에 몸의 리듬도 매번 다를 수밖에 없었고, 언제나 어떤 방식도 완벽하지 않았기에 일상이 늘 만족스럽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를 늘 고민했고, 망가져가는 내 일상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원칙을 정했다. "최소한 공복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그게 내 나름의 생존 원칙이다. 그냥 삶의 원칙이 아니라 생존 원칙이다. 간호사가 아니면 저게 무슨 말일까 싶지만 간호사들은 이해한다. 그건 그냥 생존 원칙이다. 무언가를 먹자! 먹고 탈이 날지언정 무언가를 먹는 게 맞다!



간호사의 간식은 생존 루틴이다

 


간호사는 남는 시간에 밥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남는 틈에 삼키는 사람이다. 특히 바쁜 날엔 누군가 호출하면 숟가락을 내려놓고 달려야 한다. 그래서 나는 식사는 늘 뒷전이 되었고, 식사보다 간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근무 중에 먹기 좋은 것들—예를 들어 바나나, 단백질바, 미숫가루 쉐이크 같은 걸 항상 서랍에 넣어두거나 라커에 챙겨둔다. 그냥 앉아서 일하는 일반적인 직업의 간식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간호사의 간식이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멘탈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과식하면 몸이 느려지고, 공복이면 예민해진다. 그래서 항상 80%만 채우자는 식사 습관을 만들었다. 심지어 밥을 먹으면서도 다음 끼니를 계산하게 된다. “이걸 지금 다 먹으면 10시쯤엔 허기질 거야. 그럼 새벽에 무너질 수 있어.” 그런 식으로 계속 몸과 감정을 맞춰가는 일. 그게 교대근무 간호사의 식사다. 그냥 ‘먹는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 생존 루틴이다. 이렇게 일을 하는 직업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간호사의 일이 그렇다. 식사를 해야 하지만 그 식사를 제대로 하는 일, 그건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과도 같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랄까? 이쯤 되면 생존 루틴이라는 말이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다. 배부르면 불편하고 배고프면 불안한 이러한 직업이 또 있을까 싶다.

 


나만의 방식이 쌓여 루틴이 되었다

 


교대근무는 매번 다르다. 몸이 반응하는 방식도 다르고, 배고픔의 종류도 매번 다르다. 어떤 날은 탄수화물이 당기고, 어떤 날은 입맛이 없는데도 억지로 뭔가를 먹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결국 루틴을 정했다. “먹을 수 있을 때 무조건 먹기.” 그게 가장 현실적이고 생존적인 방법이었다. 이렇게 생존적으로 꼭 일을 해야 하나 싶지만, 그렇다. 간호사의 일이 그렇다. 우리는 생존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키는 것이 타인의 삶이기에, 우리 역시 생존적으로 일한다. 먹을 수 있을 때 무조건 먹는다는 게 의아할 수 있다. 물론 식사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 일에서는 그게 불가능하기에 나는 식사를 중심으로 두지 않고, 컨디션 관리를 중심으로 음식 섭취를 설계했다. 하루에 두 번만 제대로 챙겨도 만족하고, 나머지는 허기를 넘기지 않는 걸 목표로 삼는다. 무언가를 먹으면서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것도 하나의 루틴이다. 결국 내 리듬을 가장 잘 아는 건 나니까. 누구에게나 통하는 정답은 없지만, 나에게 맞는 리듬을 찾고 쌓아가는 게 교대근무 속 식사의 본질이다. 교대근무를 하는 직업은 많지만 간호사처럼 교대근무 속 식사를 이렇게나 생존적으로 하는 집단도 아마 드물 것이다. 이런 생존 방식은 결국 나의 루틴을 만들고, 이 루틴이 나를 버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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