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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이 너무 싫었던 그날, 내가 나를 다독인 방식

by 행복한ally 2025. 5. 10.

출근이 너무 싫었던 그날, 내가 나를 다독인 방식
출근이 너무 싫었던 그날, 내가 나를 다독인 방식



[프롤로그] 

퇴근보다 출근이 더 버거운 날


간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이상할 수 있지만 힘든 근무 중이 아니라 '출근 직전'이다. 눈을 떴을 때, 몸은 분명 쉬었는데도 가슴 한편이 묵직하다. 그날의 조가 어떤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누구인지, 전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다시 이불속으로 숨고 싶어진다. 아마 고3 수험시절에도 그랬던 것 같은데 실제로 한동안은 매일 아침 알람을 끄고 5분만 더를 반복하며, 온몸에 말을 걸었다. “오늘 하루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일수록 막상 병동에 도착하면 그럭저럭 지나간다. 문제는 그전,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마음이 지쳐 있다는 것. 간호사라면 누구든 공감할 포인트이다. 여기서 이미 마음이 지쳐있다는 것! 육체적으로 지친 것보다 이 마음이 지친 것은 회복하는데 더 큰 에너지가 든다. 물론 에너지로써 회복이 될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나를 온전히 제대로 살아내기 위해서, 간호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나는 결국 '출근하기 전의 나'를 돌보는 법을 배워야 했다. 마음을 지치지 않게 하는 법, 오늘 하루를 건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 이건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연습이었다. 퇴근보다 출근이 더 버거운 날 당신은 있으십니까?

 


[회고] 

너무 싫었던 날, 나는 무엇을 했을까


가장 심했던 날은 일어나자마자 눈물이 났다. 부모님이 큰 걱정을 하실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뭔가가 이미 나를 짓눌렀다. 휴무를 바꿔볼까, 아프다고 말해볼까 수십 번 머릿속을 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짜 하고 싶은 건 쉬는 게 아니었다. 단순했다. 그냥 이 감정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날 나는 아침 식사를 아주 천천히 했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지만, 억지로 밥을 씹었다. 그리고 화장대 앞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수를 뿌렸다. 그리고 씽긋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예쁜 옷을 찾아 입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으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오늘 하루가 덜 버겁기를 바랄 뿐이었다. 슬프지만 그랬다. 단순히 오늘 하루가 덜 버겁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그래도 나 이 일 그만두지 않고 있잖아”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한마디가 나를 조금 덜 초라하게 만들어줬다. 작은 위로였지만, 나를 출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날을 몇 번 지나면서 나는 알게 됐다. 싫은 마음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 마음을 데리고 함께 출근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생각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그거 나부터 시작해야겠다. 내 마음이니까...  그리고 나는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를 쭉 뒤져보았다. 내 감정을 알아봐 줄, 알아차려줄, 나를 위해줄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지금] 

여전히 출근은 쉽지 않지만, 방법은 생겼다


지금도 출근이 싫은 날은 있다. 전날에 너무 지쳤거나, 예상치 못한 인계가 많을 것 같거나, 내가 무언가 놓친게 있어서 그걸 어떻게 해결했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거나, 그저 이유 없이 무기력한 날도 있다. 이렇게나 일하기 싫은데 왜 간호사가 되었지? 하는 후회로 막심한 날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루틴이 생겼다. 전날 밤엔 일부러 좋아하는 유튜브나 책 한 챕터를 읽고 잠든다. 아침엔 조급해하지 않고 10분 정도 창밖을 본다. 커피 대신 따뜻한 물을 마시는 날도 있다. 그리고 늘 하는 말이 있다. “그래, 오늘 하루는 무사히만 지나가도 성공이야.” 예전에는 매일 완벽하게 일하려고 했다. 그게 내 발목을 잡는다는 것도 여러 번 경험해 보니 알겠더라. 그게 날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는 '버티는 것도 성과'라는 걸 안다. 간호사는 매일 전장을 지나온다. 그러니 출근이 싫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나 자신이면 된다. 다른 누구도 이런 내 마음을 안아주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나 자신이면 된다. 나 하나면 족하다. 왜냐하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며 내가 가장 큰 힘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싫은 마음을 끌어안고 병동으로 들어간다. 그저 아무 일 일어나지 않기를 수도 없이 되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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