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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간호사에게 해주고 싶은 단 한 마디

by 행복한ally 2025. 5. 12.

후배 간호사에게 해주고 싶은 단 한 마디
후배 간호사에게 해주고 싶은 단 한 마디



[하루] 

나도 너처럼 힘들었다 

처음 병원에, 병동에 들어왔을 때를 기억한다. 손에 쥔 건 교과서와 체크리스트뿐이었고, 머릿속엔 '틀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실습 때 많이 봐왔던 그 수많은 병원과는 정말 달랐다. 내 병원이 될 곳이라서 그런 걸까? 병동에 발을 내딛었다. 복도 끝까지 울리는 알람 소리, 쏟아지는 호출, 선배의 말투 하나에도 숨이 턱 막혔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퇴근길에 집에 도착할 즈음 주차장에서 엉엉 울었다. 터지는 눈물을 막을 수 있는 게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남들 다 겪는 일이라지만, 나한테는 처음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나에게는 정말 매일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금 나와 함께 일하는 너를 보며,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본다. 환자 곁에 조심스레 다가가며 눈치를 살피는 너의 손끝, 체온을 재고도 ‘다시 확인해야 하나’ 눈을 굴리는 모습, 선배의 말 한 마디에 얼어붙는 눈동자. 다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나도 너처럼 힘들었어.” 그 말이 가벼워 보일 수 있지만, 이 일을 버티고 살아낸 내가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너는 혼자가 아니고, 이 시간을 통과할 수 있다. 이 터널을 통과할 수 있다. 지금 보이는 빛이 너무 작아서 내가 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지, 통과할 수는 있는 건지 답답하겠지만, 언젠가 너는 환한 빛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걸 내가 보장할게.



[버팀] 

아무도 다정하지 않은 날에도,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

병원은 차갑다. 수족냉증이 있는 내 손보다도 더 차갑다. 특히 감정이 드러나는 순간, 누구도 그것을 길게 붙잡아주지 않는다. 울컥한 감정이 올라와도 누구도 "왜 그래?" 묻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길 기대한다. 그래, 이런 곳이 병원이다. 누구도 너를 연약한 소녀로 보지 않는다. 그냥 슈퍼우먼을 바랄 뿐. 그런 곳에서 버틴다는 건, 단지 생존이 아니라 존엄이다. 감정이 들키지 않으려 입술을 깨물었던 순간, 나도 수없이 있었다. 그래서 후배인 너에게는 단 한 가지는 알려주고 싶다. 네가 흔들리는 날, 네가 더 나빠진 게 아니야. 흔들리는 게 당연한 날들이 있는 거야. 그날의 너는 그저 인간일 뿐이고, 그 인간인 너는 지금도 잘하고 있는 중이다. 실수해도 괜찮고, 늦어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아. 모든 것이 다 괜찮아. 그게 너야. 그게 네가 약해서가 아니라, 진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병원이 감정을 무디게 하더라도, 너를 더 감정 없는 기계로 만들더라도, 너는 스스로에게만큼은 다정하고 너 스스로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를 돌보는 손이 아니라, 너의 마음을 붙잡는 그 손이라는 걸 언젠가는 알게 될 테니까. 아무도 다정하지 않더라도, 아무도 너에게 따뜻하지 않더라도, 너는 이미 충분히 너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어. 누구보다 멋진 네가 되고 있어. 걱정하지 마.



[마음]

 그리고, 언젠가 너도 누군가의 선배가 될 거야

시간은 참 야속하게도 지나간다. 예전엔 내가 늘 "선생님"이라고 모두를 부르며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누군가에게 "선생님"이라 불리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모두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모두 나에게 선생님이라고 하는 날이 오게 된다. 언젠가 너도 그럴 것이다. 지금은 매 순간이 두려워도, 몇 년 뒤에는 새로운 후배를 바라보며 똑같이 느끼게 된다. "저 마음, 나도 알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손이 익고, 마음이 단단해지면, 결국 너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너의 첫 경험들을 이제 막 똑같이 겪고 있는 간호사들을 지금의 나처럼 수도 없이 만나게 될 거고, 거기서 너는 언제나 좋은 선배가 될 거야. 그래서 나는 너에게 겁내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길의 끝이 언제일지 몰라도, 언젠가 너는 너만의 속도로 도착하게 될 거라고. 나도 그랬고, 내 옆의 동료들도 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지금 이 말이 어떤 식으로 너에게 들릴지, 어떠한 위로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네가 무너지지 않고 또 하루를 보냈다면 그건 분명 잘한 거야. 내일은 너에게 또 다른 새로운 하루를 선물해줄 거야. 그러니 오늘 밤엔 너도 너에게 말해줘. "수고했어, 정말 잘했어." 그 말이 가장 먼저 네 마음을 살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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