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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근무가 힘든 이유, 그럴 땐 어떻게?

by 행복한ally 2025. 5. 4.

이브닝근무가 힘든이유
이브닝 근무 힘들지만 포기하지마!


유독 싫었던 ‘그’ 근무,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교대근무 중에서 유난히 싫은 조가 있다. 나는 오후 근무가 유독 힘들다. 보통 두 시부터 열 시까지 일하는 이 근무는 겉으로 보면 적당한 시간대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이 시간대는 하루가 반쯤 잘리고 나머지도 온전히 쉬지 못한다.  물론 개인 차는 있겠지만, 이 근무를 편하게 느끼는 동료들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아침엔 애매하게 일어나고, 점심은 대충 먹게 되며, 출근 전까지는 뭐 하나 제대로 하기도 어렵다. 특히 일과가 끝나고 퇴근하면 이미 밤 10시가 넘는다. 배달음식도 맛있는 건 끊기고, 하루를 정리할 시간도 없이 지쳐 쓰러진다. 이게 반복되면 삶 전체가 일에만 묶인 느낌이 든다. 오후 근무가 겉으로는 편해 보여도, 정신적 소모는 야간보다 더 크다. 하루를 날려버린 것 같은 허무함, 이게 가장 클 것이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무력감이 쌓이면서 점점 이 근무가 싫어졌다. 특히 다른 근무보다 지치는 이유는, 단순히 피곤해서가 아니라 내 삶이 내 것이 아니게 되는 느낌 때문이다. 어느새 근무표에 이브닝으로 표기되는 이 'E'가 여러 개 보이면, 속이 갑갑해지고 한숨부터 나온다. 그런 날은 출근 전에 미리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하루가 통째로 무너질 때도 있다. 이런 속사정을 분명 아는 사람만 알 것이고 공감하는 사람만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오후근무를 지양하는이는 대부분 데이근무나 나이트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 

 

내가 느끼는 피로는 ‘업무량’이 아니었다

이브닝근무는 물리적으로 봤을 때 특별히 일이 많지도, 적지도 않다. 다른 시간대와 비교하면 응급 상황도 적고, 전체 흐름도 차분한 편이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큰 피로는 업무 그 자체가 아니다. 이브닝근무가 힘든 진짜 이유는 '리듬이 깨지는 것'에 있다. 이건 경험해본 자만이 정말 공감할 수 있다. 생활의 흐름이 애매하게 잘리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항상 중간에 멈춰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루가 시작되자마자 '출근이 남았다'는 의식이 따라붙고, 일을 끝내도 뭔가 마무리되지 않은 느낌이 남는다. 집에 돌아와서 씻고 누우면 시계는 자정을 향해 가고, 어떨때는 하루가 넘어가는 날들도 있다. 그러면 그날 하루는 아무 기억도 없이 사라진다. 어느 날은 내가 밥을 제대로 먹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메모를 시작한 적도 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동료들도 같은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해결책으로 하루 루틴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오전에 가볍게 일어나 산책이나 요가를 하고, 출근 전에는 책 한 페이지라도 읽는 습관을 들였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하루의 통제권을 되찾는 느낌이 들어 이 근무도 조금은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습관들이 나를 조금씩 변화할 수 있게 만들었고 내 생활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브닝근무가 좋아졌다? 그건 아니다. 어쩔 수 없기에 내 삶을 바꾸는 것뿐...

 

피하기 어렵다면, 바꾸는 수밖에

 

간호사에게 근무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좋아하는 조만 골라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 힘든 조를 해야 한다면 결국 돌아가면서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어차피 피하지 못한다면, 그 시간대를 내 기준에 맞춰 다시 구성해 보자. 처음엔 간단하게 시작했다. 이브닝근무가 있는 날엔 미리 좋아하는 음식을 사두거나, 끝나고 먹을 디저트를 정해두는 식이었다. 출근 전 카페에서 30분 정도 음악을 들으며 멍 때리는 시간을 일부러 확보해 두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게 나만의 작지만 확실한 보상이 됐다. 또, 이런 근무가 반복될수록 내 감정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전엔 억지로 참았지만, 지금은 '내가 이걸 싫어해도 괜찮다'라고 인정한다. 이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이런 마인드체인지가 생활의 많은 변화를 만들었고 덕분에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때로는 동료들과 이런 감정을 나누면서 위로받기도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애정까지는 아니어도, 덜 싫어하게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시간도, 조건도 아니라, 이 근무를 대하는 내 태도였다. 이런 삶의 방식은 나를 더 성장하게 한다. 문제점을 찾았다면 그저 거기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 바로 그거였다. 누구나 삶이 살고 싶은데로 흘러간다면 그건 인간의 삶이 아닐 것이다. 나는 인간의 삶을 살고 있기에 그 힘듦을 인지하고 인정하며 변화를 꿈꾸었다. 이브닝 근무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내 일상을 내가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 배웠다. 근무표는 내 뜻대로 안 되지만, 그 하루를 채우는 건 결국 나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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